Tuesday, November 8, 2011

재산 vs 재주

[펌] 출처 : 스누라이프

과학자가 나라를 먹여살리는 거라고 세뇌시키던 나라에 어느 날 의대 열풍이 몰아쳤다. 
의대 선호의 원인이 수입에 있는 만큼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하는 거라는 둥 어쩌구 말들이 많았는데
돌아보니 그게 사람들의 단말마였나 싶다.

똑똑한 걸로 출세하는게 되던 시절이 있었지. 불과 몇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젠 어려워졌다.
얼마나 어려워졌나 보면
  회계사 : 어느새 '그냥 회사원'이 되었다. 연봉 3500에서 시작. 그냥 평범한 봉급쟁이라는 말로 설명이 끝난다. 
  변호사 : TV 뉴스에 변호사 출신 자문의원이 나와서 '한국에서 변호사 출신 택시기사가 영업할 시기가 머지 않았다고 봅니다.'라고 말한다. 현재 의사보다 못한 건 분명하다. 
  의사 : 그나마 최후의 보루였는데 슬금슬금 파먹혀서 지금은 월급으로 치면 그냥 회사원 1.5배 버나 마나 한다. 대학원 졸업자 기준 월급 400 정도. 박사 마친 정도 연차 기준 월급 1천안팍 정도. 안정성이 높다는 것 하나가 현재 최후의 최후 보루로 남아있다. 안정성의 효험은 수십년 후에나 볼 수 있는데 수년 사이에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자영업/창업가 : 현재 상생이 안되는 풍조니까 상생하자는 소리가 나온다. 대기업만 잘먹고 잘사는 한국에서 자영업자/중소사업가가 가는 길은 슈퍼하이리스크-미들리턴, 그나마 대기업이 싹싹 핥아 먹으려 들려고 난리다. 뒤에서 돈대주는 빽이 있으면 쉬운 길이기도 하다. 티켓몬스터라든지.

보통 이런 얘기 나오면 성공한 케이스를 들며 잘 버는 사람은 예전보다 더 잘 번다...라고들 하지만,
빈익빈 부익부 벌어지면 그 직종은 끝난거다. 한국 최대 재벌은 다 라이센스 없는 비전문직인데 그럼 비전문직이 제일 유망하게.

요즘의 대립구도는 '가진자냐 못가진자냐'가 아니라 '수입의 원천이 재산이냐, 재주냐'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안철수 앞에서 더 뚜렷해진다.
안철수는 의사아들로 태어난 성공한 기업가다. 인생에서 기득권이 아니었던 적이 한번도 없다.
그게 돈이든 재주든 지위든, 가진자냐 못가진자냐로 구분하면 항상 가진자였다. 
그런데 좌빨 소리를 듣고 있다. '종북'까지는 안붙어도 좌빨 소리는 빈번히 듣는다.

절대적인 의미로야 말이 안되지만 상대적인 의미로 이해하면 이 좌빨 소리는 근거가 있다.
안철수의 출세는 자기 똑똑한 걸로 이루어졌다. 사업도 창업이지 남의 사업에 투자한게 아니어서 
가진자 못가진자로 나누면 정체성이 불분명하지만 재산이냐 재주냐로 나누면 평생의 커리어가 '재주'쪽 입장에 서 있다. 그러니 '재산'에 치우친 입장에서 보기엔 안철수의 모든 생각은 좌빨이나 할 생각으로 보일 수 밖에 없겠지.

재산이냐 재주냐의 대립에서 '재산이다'쪽으로 흐르는 추세가 급격하다. 
어느 쪽으로 치우쳐 있는지는 분명한데, 
그럼 이 사회가 어느 정도 극단적인가를 점수 매긴다면 한 80점 정도를 매기고 싶다. 100점 중에 20점이 빠진 이유는 지금보다 더 생지옥 같은 환경도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혁명기의 광부라든지.

재주 쪽 입장의 선봉에 서 있던 직종들이 무너지고 있다. 
가진자/못가진자로 대립구도를 그리면 가진자들의 몰락으로 읽히는 탓에, 의사 변호사의 몰락이라는 평론 아래로는 항상 '쌤통이다'라는 댓글이 달린다. 국민 감정인 모양이다.
하지만 재산이냐 재주냐의 대립으로 본다면, 글쎄. 순망치한이라는 말이 옳지 않을까?
'재산'의 입장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의사 변호사에게 빈익빈 부익부의 시대가 오고 나면 그 다음엔 산업혁명기의 광부 생활이 꿈이 아니지 싶다. 온 가족이 밖에서 재주를 팔아야 한 식구 연명이 가능한 그 날이 오면, 사회가 어느 정도 극단적인가를 90점 정도로 점수매길수 있을 것 같다.


20/ 정치의 문제를 뛰어넘다니요... 이건 정치의 문제 그 자체인데요-_-; 이권 배분만큼 정치적인 문제는 또 없죠. (가령 그깟 교육은 이권 배분의 밑밥일 뿐입니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모호합니다. 하지만 최후까지 바뀔 수 없는 보수의 정체성은 보수의 이권에 있고, 그 이권은 바로 '재주보다 재산이다'입니다. 이건 바꿔 말하면 '노동보다 자본이다. 노동을 얘기하는 자는 빨갱이다.(안철수 빨갱이설)'이기도 하고, '비지니스 프렌들리'이기도 하지요. 한나라당은 보수정당입니다. 그러니 이 주제에선 등장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죠.
이 딱딱한 글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건 글이 재미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만큼 현실정치에 밀착한 얘기이기 때문이고, 사람들이 평소 가져온 문제의식을 건드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히는 겁니다. 
이는 요즘 정치 핫이슈인 인물이 단연 안철수인 이유와도 같습니다. 
정치권 경력이 전무한 사람이 대세 정치인조차 누르는 전례없는 반응을 보여준 이유는, 요즘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품고 있는 지점을 안철수가 의견과 평생의 경력으로 지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재산이냐 재주냐의 관계에서 현재 한국 정치는 너무 재산이다 쪽으로 치우쳐 있는게 아니냐'라는 문제의식이지요. 보수당의 지지자들이 안철수의 말과 생각에서 '빨갱이'를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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