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28, 2011

Der Steppenwolf

- 헤르메네가 하리에게 - 


  오늘 당신에게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 해야겠어요. 당신도 알고 계실 테지만 스스로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인지도 모르지요. 내가 지금 당신에게 말하는 건 나와 당신과 우리의 운명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거예요. 하리, 당신은 예술가이고 사상갑니다. 기쁨과 신념에 가득차 언제나 위대하고 영원한 것을 추구하고, 작고 예쁜 것에는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삶이 당신을 각성시키고, 자기 자신을 인식하게 하면 할수록, 당신의 괴로움은 커져갔고, 당신은 고통과 두려움과 절망의 구렁텅이에 점점 깊숙이 빠져들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목까지 빠져 있습니다. 당신이 한때 아름답고 성스러운 것으로 알고 사랑하고 숭배했던 모든 것, 인간과 우리 인간의 고귀한 천성에 대해 당신이 예전에 가졌던 모든 믿음이 하등 도움이 안 되고, 가치 없는 것으로 산산조각이 나버린 거지요. 당신의 믿음은 이제 더 이상 숨쉴 공기가 없어요. 하지만 질식사한다는 건 끔찍한 죽음이지요. 내 말이 맞지요, 하리? 이것이 당신의 운명인가요?
 
당신은 인생에 대한 나름의 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어떤 믿음, 어떤 요구를 가지고 있었던 거지요. 당신은 행동하고, 괴로워하고,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점차 깨닫게 된 거지요. 세상은 그런 행위나 희생 따위를 당신에게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는 걸 말이에요. 인생은 영웅의 역할 따위가 필요한 영웅시가 아니라, 그저 먹고 마시는 데, 커피와 뜨개질 양말에, 타록크 놀이나 라디오 음악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사는 시민의 쾌적한 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이와는 다른 것, 그러니까 영웅적인 것이나 아름다움을 원하고, 그것을 자신의 내면에 지니고 있는 사람은, 위대한 시인을 숭배하고 성스러운 것을 경배하는 사람은 바보나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 되지요. 그렇습니다. 나도 이와 똑같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하리 씨. 나는 재능이 뛰어난 아이였어요. 훌륭한 모범을 본받아 생활하고, 자신에게 지고한 것을 요구하고, 거룩한 사명을 완수할 운명을 타고났던 겁니다. 나는 위대한 운명을 감당할 능력이 있었습니다. 왕비가 되거나, 혁명가의 아내, 천재의 누이, 순교자의 어머니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생이 내게 허락한 것은 고작 그럭저럭 괜찮은 취미를 가진 고급 창녀가 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것조차 간신히 이루어낸 겁니다! 이것이 내가 걸어온 길입니다. 나는 한동안은 어쩔 줄을 몰랐고, 한참 동안 내 자신에게 그 책임을 묻고자 했습니다. 나는 그때 생각했습니다. 결국 삶은 항상 정당하다, 삶이 나의 아름다운 꿈을 비웃는다면 그건 내가 멍청하고 터무니없는 꿈을 꾸기 때문이다라고 말이에요. 그러나 그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는 눈과 귀가 밝고 또 얼마간의 호기심도 가졌기 때문에 이른바 삶이란 것을, 아는 사람들과 이웃들, 오십 명이 넘는 사람들과 운명을 정말 치밀하게 관찰했습니다. 거기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예요, 하리. 내 꿈이 정당했다는 것, 백 번 천 번 정당했다는 거예요. 당신의 꿈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나 삶은, 현실은 정당하지 않아요. 나와 같은 여자가 돈 많은 사람에게 고용되어 타자기 앞에 앉아서 아무런 의미도 없이 비참하게 늙어가거나, 돈 많은 자와 돈 때문에 결혼하거나, 일종의 창부가 된다거나 하는 따위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그건 옳지 않아요. 당신 같은 사람이 고독과 절망 끝에 면도칼을 잡지 않을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아마도 나의 불행이 더 물질적, 도덕적이고, 당신의 불행이 더 정신적일 거예요. 그러나 그건 결국은 같은 길이에요. 당신이 폭스트롯을 두려워하고, 술집과 댄스 홀과 재즈 음악 따위에 반감과 저항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그런 것을 충분히 이해해요. 당신이 정치를 혐오하는 것도, 정당과 언론의 헛소리와 무책임한 행동에 당신이 비통해하는 것도, 과거의 전쟁과 앞으로 닥칠 전쟁에 대해, 또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고, 읽고, 집을 짓고, 음악을 만들고, 축제를 벌이고, 교양을 쌓는 방식에 대해 당신이 얼마나 절망하고 있는지도 나는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이 옳아요, 황야의 이리 씨. 천 번 옳아요. 그러나 당신은 몰락할 수밖에 없어요. 당신은 이 단순하고 쾌적하고 사소한 것들에 만족하는 요즘 세상에 살기에는 너무 까다롭고 요구하는 것이 많아요. 그래서 이 세상이 당신을 밖으로 내쫓아버린 거예요. 당신은 이 세상에 살기에는 한 차원이 높은 거예요. 오늘날 자신의 인생을 즐기려는 사람은 당신이나 나 같은 사람이어서는 안돼요. 서툰 가락 대신 음악을, 향락 대신 기쁨을, 돈 대신 영혼을, 영업 대신 참된 일을, 장난질 대신 열정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이 아름다운 세상은 결코 고향이 될 수 없어요.

Wednesday, June 15, 2011

반값 등록금 자유선진당 정책제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반값등록금이라며 국민을 현혹하지 마라!
장학금 확충이 아닌 등록금 자체를 인하해야 한다
자유선진당은 합리적인 등록금 인하 방안을 주장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둘러싸고 서로 네탓이라며 상대방에게 삿대질 하거나
금도를 벗어나 무차별 폭로전을 벌이는 모습이 가히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그보다 더 가관인 것은 대학등록금 문제다.
한나라당이 이제 꼬리를 내리며 명칭을 바꾸기는 했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반값등록금이라며 연일 언론플레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추가감세를 철회한 37천억 원으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추가감세를 철회하면 현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지 어떻게
37천억 원이 생기나? 참으로 이상한 셈법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또 재원 마련은 둘째 치고라도 더 큰 문제는 그 내용이 전혀 반값등록금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장학금 제도를 확충하는 것에 불과하다.
학생들은 장학금을 늘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등록금 자체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도 두 당은 요지부동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몰라서 이러는 것인지, 알면서도 언론플레이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배가 고파 우는 아이에게 기저귀만 갈아주어서야 되겠는가?
 
다가 한나라당은 중고등학교 지원비를 줄여서 대학에 지원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 큰형 도와주겠다고 어린 동생들 먹을거리까지 빼앗아 버리는
어이없는 발상이다. 무책임하고도 부도덕한 처사이다.
 
현행법에 따라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인데, 그걸 빼다가 대학에 주겠다니,
어떻게 이같은 발상을 할 수 있는가?
 
리 자유선진당은 포퓰리즘적 용어이자 속빈 강정인 반값 등록금이라는
용어 대신 합리적으로 등록금 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등록금 인하 방
마련할 것이다. 그 전제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실, 무능, 부패, 비리 대학을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정리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국고지원금을 아무리 쏟아 부어도 모래밭에 물
붓기 식, 깨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되고 말 것이다.
국고지원금은 국민의 혈세이다. 국민의 혈세를 부실, 무능, 부패, 비리
대학의 연명용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둘째, 대학 신입생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대학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지난 해 대학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무려 77개에 달한다.
저출산시대에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이다.
국민과 학생으로부터 외면받는 대학은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셋째, 대학도 통폐합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국공립 대학은 물론, 사립대학도 적극적으로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미 지역에 따라서는 통폐합작업을 하다가 중단된 경우가
있다. 통폐합을 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인텐시브를 제공해서라도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21세기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도록 대학이 학문의 전당만이
아니라, 평생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하도록 대학의 체질개선을 유도하라!
 
넷째, 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라!
대학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학생들 등록금만으로 대학을 운영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버려야 한다.
 
다섯째,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을 차별화해야 한다.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이 보다 편하게 국공립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을 차별화해야 한다.
사립대학에게는 보다 넓은 자율성을 확보해 주고, 국공립대학에는
보다 많은 국고지원을 해서 저소득층을 보호해야 한다.
 
여섯째, 정부는 교육세폐지법안을 철회해야 한다.
지난 200810월에 정부가 제출한 교육세 폐지법안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대학재정을 확충할 수 있도록 소액기부금에 대해서도
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고, 기부금 모집을 인정하며, 대학재정의
투명성을 강화해 부실요소를 제거하라!
 
일곱째, 취업후 학자금상환제도의 이자율을 대학재학기간 중에는 동결하라!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4년 새에 38배 늘어 현재 25천명 수준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취업 후 학자금 제도에 대한 이자율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현재 고정금리로 되어 있는 학자금 제도의 이자율이
2010년도에 5.7%, 올해는 4.9%. 우리 자유선진당은 대학재학 중과
군 입대 중에는 이자가 면제되도록 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의 편성도 주장한다.
우리 당은 추경예산으로 이자면제분에 대한 717억원을 책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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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다. 물론 이 정책도  무조건 대중에서 인기영합하려는 선심성 정책에 밀려서 제안만 되지 시행되지는 못하겠지.

#1. 
일단 부패 사학이 너무 많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안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작년에 신흥학원 재단 이사장으로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강성종 국회의원도 있듯이 개인 용도로 학생들의 등록금을 유용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특히 지방대 사립대가 심한데, 소위 말하는 지잡대에서 이런 일이 흔히 벌어진다.
모 대학의 이사장은 학교 교직원을 자기 친척, 사돈 가족 등에게 고루? 배분하여 집안사업이 되는 것처럼 대학을 운영하고 있고 이런 사람들이 지방선거만 되면 공직자들이나 의원들에게 돈을 뿌려서 뒤 좀 잘 봐달라고 하는 것이지.

특히 사학 중에는 기독교재단이 관련된 경우가 많은데 불교는 대학 자체가 별로 없기에 논외로 삼고 천주교와 같이 교황이나 교단에서 직접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비리가 일어나기 쉽다. 원래 목사들이 비리의 최전방인 셈이다 ;;

그래서 예전 노무현 정권 때 사학법 개정을 하려는데 기독교계가 반발하고 나선 점도 그러한 원인이 될 듯 싶다. 지역구에서 교회에 한 번 찍히면 살아남기 힘든 정치인들도 동조하고 나설테고, 사실 정치인들도 사학과 관계없는 사람이 드물테니 ㅋㅋ 사학 문제는 참 처리하기 힘든 문제다. 이건뭐 교육재단만이 아니라 기독교, 대기업 등 수많은 기득권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


#2.
대학의 통폐합, 구조조정 등의 문제도 녹록치는 않다. 일단 교직원들이 반발할 것이고 갑자기 모교를 잃게 되는 졸업생의 입장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이전에 KAIST와 ICU의 통합 과정에서도 KAIST학생들이 ICU졸업생과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많은 불만을 터트리는 것을 보면 쉽지 않다. 
몇달 전 기사로 서울교대가 서울대 사범대와 합쳐질 것이라는 내용이 나갔었는데 서울대 학생들의 반응이 좋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통폐합 문제는 참 힘들다. 또 다른 case로 여수대와 전남대가 합쳐질 때 역시 전남대 학생들이 반발한 것도 생각하면 ㅋㅋ


#3.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을 차별하는 정책은 환영이다.
일단 사립대학에서 등록금을 낮추는 대신에 정부지원금을 더 받겠다고 손을 내미는데 어찌나 뻔뻔하던지. 물론 상위 몇개의 대학에서 재단 적립금을 쌓아놓지 실제로 수많은 사립대들은 학생의 등록금만으로 운영하는 열악한 처지에, 한국의 고등교육 정부지원율이 GDP에서 0.6%로 OECD에서 꼴찌수준이라는 점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유럽의 유수 국가들은 국공립대의 비율이 현저히 높기 때문에 정부지원율이 높을 수 있는 consensus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 (참고로 한국은 20:80의 비율로 사립대가 월등히 많다) 상대적으로 투명한 회계감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대학진학률이 한국에 비해 낮은 점 등을 감안할 때 한국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사립대를 자율로 설립할 수 있게 한 김영삼 정부를 까야겠다.
국가의 통제를 적게 하려고 한 점을 좋은데 부작용을 생각 못하고 자율로 맡겨놓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김영삼-김대중 정부에 들면서 국립대도 등록금 자율로 하게 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등록금도 무지막지하고 올라가고, 서울대는 등록금 자체는 낮지만 기성회비가 엄청 커져서 배보다 배꼽이 큰 식으로 돈을 받고 있으니 문제다. (예를 들어 등록금은 40만원인데 기성회비는 500만원인 셈)

아무튼 사립대에게 무작정 등록금을 지원하면 재원 마련이 어려울 것은 자명하기 때문에 국공립대에 우선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지금도 물론 국립대가 사립대에 비하면 싸지만 개인적으로 지방국립대를 살리고 지역균형을 위해서는 지방국립대는 등록금을 무료로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일본과 같이 동경대-교토대-오사카대-히토츠바시대-규슈대 등 지방국립대가 세면 우리나라의 특성상 지역불균형이 조금은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부산대-경북대-전남대 지방국립대가 웬만한 서울 사립대 정도 하는 입학성적의 학생들이 갔었는데 지금은 너무 서울로 몰리다보니 교육의 불균형이 심화된듯 하다.
이러한 지방국립대의 등록금 무료화는 지역균형에 한 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래도 서울로 올라오려는 학생들이 많겠지만 지방국립대를 우대해주는 정책을 등록금을 통해 실현하면 나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경-전 세개의 대학만이 아니라 충남, 충북, 전북 등의 학교도 연구성과나 대학자체의 평가가 웬만한 서울의 사립대 수준으로 좋기 때문에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면 좋을 것 같다.


반값등록금이란 프레임에 갖히진 말고 이 기회를 통해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등록금 문제의 제일 큰 핵심은 대학을 비싼 돈 주고 80%의 학생이 다니는데 이 사람들이 다 대학을 다닐 필요가 있냐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만 마쳐도 어엿한 직업을 가지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하에 열등감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아니겠는가.


Vocal fold pictures























Otorhinolaryngology final exams : totally screwed!!

Sunday, June 5, 2011

중앙선데이 펌 - new IMF chief

그리스 태풍에 ‘종이 호랑이’ 될 수도

IMF 총재 노리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김창우 | 제221호 | 20110605 입력

산 넘어 산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차기 총재에 가장 가까이 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55·사진) 프랑스 재무장관의 앞길이 험난해 보인다. IMF 총재 자리는 지난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성추행 스캔들로 사임하면서 비어 있다. IMF는 10일까지 후보 등록을 받은 뒤 이달 말까지 새 총재를 선임할 예정이다. 라가르드 장관을 기다리고 있는 걸림돌은 무엇일까.

# 라운드1 본선
일 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라가르드 장관은 유럽 각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국은 IMF 투표권의 30.9%를 갖고 있다. 회원국은 출연한 금액에 비례해 투표권을 갖는다. 지금까지 유럽 출신이 IMF 총재를 맡는 대신 미국인이 IMF 수석부총재와 세계은행 총재를 차지하는 암묵적인 관행도 있다. 이에 따라 EU 표에 단일국가로는 최대인 17%의 투표권을 가진 미국의 표만 합쳐도 단숨에 과반수에 육박한다.

그런데 미국의 태도가 영 적극적이지 않다. 오바마 정부는 유럽과 신흥국 어느 쪽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정부는 실제로 새 총재 인선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신흥국의 반발 때문이다. 브라질·러시아·중국 등은 지난달 말 “능력과 개혁의지가 아니라 국적이 결정 요소가 되는 한물간 관습은 버려야 한다”며 유럽의 독주를 비판했다. IMF 개혁도 요구했다. 이어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출마를 선언했다.

또 다른 걸림돌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기업인 베르나르 타피에게 라가르드 장관이 2008년 2억8500만 유로의 과도한 정부 배상금을 주도록 직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이다. 프랑스 사회당이 문제를 제기해 프랑스 법원이 조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라가르드 장관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실제 조사에 들어가더라도 IMF 총재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결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라가르드 장관이 IMF에 입성할 가능성은 크다.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브릭스의 투표권은 11%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지 대상이 갈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라가르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고, 브라질 역시 신흥국이 아닌 선진국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남미의 정치·경제 권력을 놓고 멕시코와 경쟁해 온 브라질이 멕시코 출신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신흥국들의 ‘말로만 단합’이 반복되는 동안 유럽은 경쟁상대 없는 경선 레이스에서 독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단 첫 관문 통과는 어렵지 않은 셈이다.

# 라운드2 그리스
라가르드 장관이 IMF 총재가 된다면 가장 먼저 그리스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EU·IMF와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에 모두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지난해 합의했다. IMF를 중심으로 한 실사단은 이달 29일 5차분(120억 유로) 지원을 앞두고 그리스에서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그리스가 제때 갚을수 있을지 저울질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3계단 낮춰 ‘Caa1’으로 조정했다. 쿠바와 같은 등급이다. 앞으로의 등급전망도 ‘부정적’이어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라 가르드 장관은 그리스 위기에 대한 IMF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 문제는 5차분을 제공하고 앞으로 600억 유로를 추가로 지원한다 해도 그리스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로화 단일통화 도입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강한 독일·프랑스 등과 상대적으로 약한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등이 같은 화폐를 쓴다.

결과적으로 독일은 수출액이 연일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돈을 버는 반면 그리스는 재정위기에 몰리는 것이다. 한 나라라면 독일에서 걷은 돈으로 그리스를 도우면 되지만 엄연히 다른 나라다. 라가르드 장관의 IMF가 그리스를 수렁에서 건질 수 있을지는 오리무중이다. “그리스는 일시적으로 현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지급불능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 유로존을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는 진단이 나온다.

# 라운드3 브릭스
1997년 아시아의 외환위기 당시 IMF는 ‘저승사자’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위기를 맞은 국가들은 국유자산 처분, 고금리, 화폐가치 하락 등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은 연달아 쓰러졌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IMF는 채권자의 입장에서 ‘구조조정’의 채찍을 휘둘렀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의 주택대출 부실에서 시작됐다. 이어 유럽의 재정위기가 이어졌다. IMF가 다시 한번 소방수로 나섰지만 예전처럼 매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IMF의 대주주인 미국·유럽에서 문제가 생겼으니 채권자라기보다는 채무자의 입장에 가깝기 때문이다. 중국·한국 등 신흥국가의 입김도 세졌다. 라가르드 장관이 IMF 총재가 되더라도 과거처럼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라가르드 장관의 지지 기반인 유럽에서도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라가르드 장관의 모국인 프랑스는 물론 독일 등에서는 “방만한 적자재정을 운용해 온 다른 나라에 왜 자금을 지원해야 하나”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거액의 채권을 포기하고 그리스의 국가부도를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유로화의 신뢰성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독일·프랑스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크다.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IMF 수장으로는 경제와 정치를 모두 알고 있는 라가르드가 적임자”(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신흥국의 불만을 다독이고 유럽 내부의 이견을 조율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라가르드호 IMF는 이리저리 외풍에 흔들리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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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단일통화는 꿈에 불과했었던 것 같다. EU라는 공동체가 정치적으로 통합되지 않으면 결국 같은 경제권을 공유하기에는 서로의 입장이 너무나 다른 것이다.
특히 독일과 같이 산업 경쟁력이 워낙 뛰어난 나라가 그리스나 슬로바키아와 같은 EU에 속해 tariff barrier가 없이 무차별적으로 수출을 하기 때문에 이런 약소국이 재정적자에 빠진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독일의 경쟁력과 수출, 재정흑자에 찬사를 보낼 것이 아니라 오히려 EU 공동체로 다른 나라들의 이익을 흡수해 버리는 것을 비판해야 할 것이다.

하긴 어차피 EU전신인 EC때에도 유럽 내의 무역은 옛 서독 화폐인 마르크로 통용되었기에, 마르크를 유로가 대체한 것이라고 보면 되지만.. (이전 통계자료 보면 80년대에 세계 통화 무역을 보면 달러 60%, 마르크 20%, 엔 10%, 파운드 5% 정도였는데 지금은 달러 60%, 유로 25%, 엔 5%, 파운드 5% 정도?)

IMF의 한국 의결권이 1.30%까지 올라갔구나. 10년 전만 하더라도 0.5%도 안되었을 텐데 경제규모에 어느 정도 걸맞는 위치에는 올라섰네. 그나저나 저놈의 유럽 패권주의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ㅋㅋ 브릭스가 11%밖에 안되고. 현실은 중국이 10%정도는 되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