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5, 2011

중앙선데이 펌 - new IMF chief

그리스 태풍에 ‘종이 호랑이’ 될 수도

IMF 총재 노리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김창우 | 제221호 | 20110605 입력

산 넘어 산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차기 총재에 가장 가까이 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55·사진) 프랑스 재무장관의 앞길이 험난해 보인다. IMF 총재 자리는 지난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성추행 스캔들로 사임하면서 비어 있다. IMF는 10일까지 후보 등록을 받은 뒤 이달 말까지 새 총재를 선임할 예정이다. 라가르드 장관을 기다리고 있는 걸림돌은 무엇일까.

# 라운드1 본선
일 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라가르드 장관은 유럽 각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국은 IMF 투표권의 30.9%를 갖고 있다. 회원국은 출연한 금액에 비례해 투표권을 갖는다. 지금까지 유럽 출신이 IMF 총재를 맡는 대신 미국인이 IMF 수석부총재와 세계은행 총재를 차지하는 암묵적인 관행도 있다. 이에 따라 EU 표에 단일국가로는 최대인 17%의 투표권을 가진 미국의 표만 합쳐도 단숨에 과반수에 육박한다.

그런데 미국의 태도가 영 적극적이지 않다. 오바마 정부는 유럽과 신흥국 어느 쪽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정부는 실제로 새 총재 인선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신흥국의 반발 때문이다. 브라질·러시아·중국 등은 지난달 말 “능력과 개혁의지가 아니라 국적이 결정 요소가 되는 한물간 관습은 버려야 한다”며 유럽의 독주를 비판했다. IMF 개혁도 요구했다. 이어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출마를 선언했다.

또 다른 걸림돌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기업인 베르나르 타피에게 라가르드 장관이 2008년 2억8500만 유로의 과도한 정부 배상금을 주도록 직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이다. 프랑스 사회당이 문제를 제기해 프랑스 법원이 조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라가르드 장관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실제 조사에 들어가더라도 IMF 총재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결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라가르드 장관이 IMF에 입성할 가능성은 크다.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브릭스의 투표권은 11%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지 대상이 갈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라가르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고, 브라질 역시 신흥국이 아닌 선진국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남미의 정치·경제 권력을 놓고 멕시코와 경쟁해 온 브라질이 멕시코 출신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신흥국들의 ‘말로만 단합’이 반복되는 동안 유럽은 경쟁상대 없는 경선 레이스에서 독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단 첫 관문 통과는 어렵지 않은 셈이다.

# 라운드2 그리스
라가르드 장관이 IMF 총재가 된다면 가장 먼저 그리스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EU·IMF와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에 모두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지난해 합의했다. IMF를 중심으로 한 실사단은 이달 29일 5차분(120억 유로) 지원을 앞두고 그리스에서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그리스가 제때 갚을수 있을지 저울질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3계단 낮춰 ‘Caa1’으로 조정했다. 쿠바와 같은 등급이다. 앞으로의 등급전망도 ‘부정적’이어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라 가르드 장관은 그리스 위기에 대한 IMF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 문제는 5차분을 제공하고 앞으로 600억 유로를 추가로 지원한다 해도 그리스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로화 단일통화 도입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강한 독일·프랑스 등과 상대적으로 약한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등이 같은 화폐를 쓴다.

결과적으로 독일은 수출액이 연일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돈을 버는 반면 그리스는 재정위기에 몰리는 것이다. 한 나라라면 독일에서 걷은 돈으로 그리스를 도우면 되지만 엄연히 다른 나라다. 라가르드 장관의 IMF가 그리스를 수렁에서 건질 수 있을지는 오리무중이다. “그리스는 일시적으로 현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지급불능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 유로존을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는 진단이 나온다.

# 라운드3 브릭스
1997년 아시아의 외환위기 당시 IMF는 ‘저승사자’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위기를 맞은 국가들은 국유자산 처분, 고금리, 화폐가치 하락 등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은 연달아 쓰러졌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IMF는 채권자의 입장에서 ‘구조조정’의 채찍을 휘둘렀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의 주택대출 부실에서 시작됐다. 이어 유럽의 재정위기가 이어졌다. IMF가 다시 한번 소방수로 나섰지만 예전처럼 매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IMF의 대주주인 미국·유럽에서 문제가 생겼으니 채권자라기보다는 채무자의 입장에 가깝기 때문이다. 중국·한국 등 신흥국가의 입김도 세졌다. 라가르드 장관이 IMF 총재가 되더라도 과거처럼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라가르드 장관의 지지 기반인 유럽에서도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라가르드 장관의 모국인 프랑스는 물론 독일 등에서는 “방만한 적자재정을 운용해 온 다른 나라에 왜 자금을 지원해야 하나”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거액의 채권을 포기하고 그리스의 국가부도를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유로화의 신뢰성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독일·프랑스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크다.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IMF 수장으로는 경제와 정치를 모두 알고 있는 라가르드가 적임자”(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신흥국의 불만을 다독이고 유럽 내부의 이견을 조율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라가르드호 IMF는 이리저리 외풍에 흔들리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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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단일통화는 꿈에 불과했었던 것 같다. EU라는 공동체가 정치적으로 통합되지 않으면 결국 같은 경제권을 공유하기에는 서로의 입장이 너무나 다른 것이다.
특히 독일과 같이 산업 경쟁력이 워낙 뛰어난 나라가 그리스나 슬로바키아와 같은 EU에 속해 tariff barrier가 없이 무차별적으로 수출을 하기 때문에 이런 약소국이 재정적자에 빠진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독일의 경쟁력과 수출, 재정흑자에 찬사를 보낼 것이 아니라 오히려 EU 공동체로 다른 나라들의 이익을 흡수해 버리는 것을 비판해야 할 것이다.

하긴 어차피 EU전신인 EC때에도 유럽 내의 무역은 옛 서독 화폐인 마르크로 통용되었기에, 마르크를 유로가 대체한 것이라고 보면 되지만.. (이전 통계자료 보면 80년대에 세계 통화 무역을 보면 달러 60%, 마르크 20%, 엔 10%, 파운드 5% 정도였는데 지금은 달러 60%, 유로 25%, 엔 5%, 파운드 5% 정도?)

IMF의 한국 의결권이 1.30%까지 올라갔구나. 10년 전만 하더라도 0.5%도 안되었을 텐데 경제규모에 어느 정도 걸맞는 위치에는 올라섰네. 그나저나 저놈의 유럽 패권주의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ㅋㅋ 브릭스가 11%밖에 안되고. 현실은 중국이 10%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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