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감각연습
지하철 역사에 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웅성웅성 들린다. 맞은편에는 빠라바라바라밤 거리며 열차 도착을 알리는 벨이 울린다. 의자에 털썩 앉는다. 옆에 커플의 대화. 들어보니 전공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아하 성대 학생이구나. CC일까? 조금 더 귀를 기울여 본다. 계절학기를 듣고 있나 보다. 교수님 이야기로 꽃을 피우네. 교수강의를 알아먹기 힘들다고 여자가 남자에게 하소연한다. 남자는 공감하듯이 ‘아 원래 그 교수는 그래, 그래도 경제학과에서 그나마 괜찮게 가르치는 선생 중 한명이지’ 라며 위안의 말을 던진다. 뭔가 재수강을 하고 있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든다. 반대편에는 여자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CC에 대한 흥미를 금세 잃고 반대편의 이야기에 녹아든다. ‘저번에 그 남자랑 소개팅 했었잖아, 그런데 걔가 다음주에 다시 보자는 거야’ ‘그 사람 괜찮았어?’ ‘별로, 생긴 것도 별로고 여드름만 많은, 아 그 왜 안여돼라고 하잖아, 똑같더라니까’ ‘어디 사진 좀 보여줘봐’ ‘에이 그냥 문자 씹어’ 이런 얘기가 오고 간다. 빠라바라바라밤 하면서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치익 하며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 들어가자 뛰리리리릭 하며 닫힌다. 열차 안에는 비교적 한산하다. 빈 의자에 앉으며 덜컹덜컹 열차가 굴러감을 듣는다. 옆의 젊은 남자는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나 보다. 흥겨운 쿵짝 소리가 내 귀를 타고 흘러 들어온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이적이 부른 압구정 날라리구나. 압구정~날라리~하며 남자는 흥얼거린다. 그순간 드르럭 하며 열차칸을 잇는 문이 열리고 ‘우산이요’ ’비오는데 이렇게 튼튼한 우산 단 3천원!’ 건장한 아저씨가 칸을 휘저으며 압구정 날라리에 심취한 내 귀를 챙그랑 깬다. 거지 같은 지하철 잡상인 같으니라고. ‘이번역은 충무로, 충무로 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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