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September 21, 2011

기발한 자살여행

Der wunderbare Massen selbstmord (by Arto Paasilinna)

  기발한 자살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시선을 끈 이 책은 핀란드의 작가인 아르토 파실리나가 쓴 책이다. 핀란드 사람들의 높은 우울증 및 자살률을 바탕으로 사회 정신병리적인 면을 꼬집으면서도 한편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는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온니 렐로넨과 켐파이넨 대령은 각자 인생의 실패자라고 생각하고 헛간에서 자살하려고 하는데 마침 둘이 만나게 되어 자실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두 사람은 이것을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핀란드에서 자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집하여 집단자살여행을 꾀하기 위해 일간지 부고란에 광고를 게재하게 된다. 무려 육백여명의 사람들이 편지를 보내고 이에 두 사람은 헬싱키에서 자살모임을 갖자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 근처에 자살 생각으로 편지를 보냈던 헬레나 푸사리라는 여인을 찾아가 같이 헬싱키 자살모임을 개최하게 된다.

  헬싱키 자살모임에서 세 사람이 주최자가 되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핀란드인들이 집단자살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을 계획한다. 유럽 최북단인 노르웨이의 노르카프 곶에서 버스로 자살을 하기 위해 노르웨이로 여행을 떠난다. 노르카프 곶에서 버스가 낭떠러지로 돌진하려는 순간 사람들이 갑자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멈추라고 하여 기사가 간신히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이후 사람들은 스웨덴-덴마크-독일을 지나 스위스 알프스에서 다시 한번 자살을 하려고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스위스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조국 핀란드에서 가졌던 문제들은 지금까지의 여행에 비하면 정말 하찮은 것이었으며 삶에 대한 희망을 맛보고 자살 시도를 포기하게 된다. 이에 스위스에서 포르투갈의 세인트 빈센트 곶까지 간 뒤 서로 새로운 삶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핀란드는 예전부터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 환자가 많았으며 이에 작가는 이러한 핀란드인의 성질을 간파하고 이를 현대 문명 배후에 숨겨진 사회의 그늘을 가차없이 비판한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과 냉소 뒤에서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이해하려는 너그러운 마음과 깊은 이해심,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보인다. 작가는 역경과 불행 앞에서 쉽게 죽음으로 도피하려 하지만 정작 죽음 앞에서는 몸을 사리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과 질긴 생명력을 깊이 인식하고 인간이 지닌 약점과 욕망을 사랑으로 싸안게 된다.


  책 중간에 이런 구절이 있다.

 
  여행자들은 핀란드 사회가 냉혹하다고 입을 모았다. 삭막한 관습이 핀란드를 지배했으며, 핀란드 사람들은 서로에게 잔인하고 질투심에 찌들어 있었다. 탐욕스런 마음이 널리 팽배했고, 완강하게 돈을 움켜쥐기에만 급급했다. 핀란드 사람들은 의심이 많고 음흉했다. 웃는 경우에는 기뻐서라기보다는 남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마음이 컸다. 사기꾼, 협잡꾼, 거짓말쟁이들이 많았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눈앞이 핑 돌 정도로 많은 집세를 갈취했으며, 터무니없이 엄청난 이자를 우려냈다. 가난한 사람들은 걸핏하면 소동을 피우고 모든 걸 망가뜨리기 일쑤였으며,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줄 몰랐다. 아이들은 그야말로 국가적인 애물단지였다. 집과 물건, 기차와 자동차에 지저분하게 낙서를 하고 창문을 깨뜨리고 엘리베이터 안에 잔뜩 토해놓든지 아니면 용변을 보았다. 핀란드의 관직에 앉아 있는 신사분들은 앞을 다투어 새로운 신청서 양식을 만들어내서는 국민들을 욕보이고 이 창구에서 저 창구로 허겁지겁 달려가도록 강요했다. 소매업자와 도매업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호주머니에서 마지막 남은 동전 한 닢까지 우려내었고, 투기꾼들은 이 세상 다른 어느 곳에서보다 비싼 집을 지었다. 몸이 아파 병원에 달려가면, 교만한 의사들이 사람을 당장 도살해야 하는 늙은 말처럼 다루었다. 이런 모든 걸 참지 못하고 신경쇠약에 걸리면, 정신병원의 험상궃은 간호사들이 강제로 환자복을 입히고서 마지막 남은 한 줄기 분명한 생각마저 흐리게 하는 주삿바늘을 정맥에 꽂았다.
  산업 콘체른과 삼림 소유주들이 사랑하는 조국의 재산을 제멋대로 갈취했으며, 그나마 남아 있는 것은 나무좀벌레들이 깡그리 갉아먹었다. 하늘에서 산성비가 내려 대지를 오염시키고 불모의 땅으로 만들었다. 농부들이 들판에 비료를 마구 뿌려대는 바람에 강과 호수, 바닷가에서 유독한 해초들이 무성하게 번식했다. 공장의 굴뚝과 하수구에서는 오염물질이 쏟아져나와 사람의 눈과 공용 하천으로 스며 들어갔다.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죽었고, 새 둥지에서는 가련한 새끼 새들이 너무 일찍 알을 깨고 나왔다. 국도에서는 무모한 속도광들이 날뛰었고, 그 불행한 희생자들은 공동묘지와 병원의 중환자실을 채웠다.
  공장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기계들과 경쟁을 해야 했고, 그러다 지치면 자리에서 떨려났다. 윗사람들은 끊임없이 높은 실적을 요구하며 부하직원들을 욕보이고 짓밟았다. 여자들은 수시로 괴롭힘을 당했다.

 
  이렇게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면과 현대 사회의 인간의 이기심 등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유럽 대륙을 여행하면서 인간 스스로의 성찰과 동지 의식 등을 그려내면서 내면의 갈등을 서서히 치유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어 작가는 인간에 대한 의지를 형상화한다.

  집단자살이라는 테마를 이렇게 그려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OECD에서 자살율 1위인 사회에서도 이런 정신병리적인 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집단이 모여서 서로에게 의지할 때 마음의 병이 치유될 수 있고, 개개인의 우울증을 속으로 썩이고 있다가 폭발하는 것보다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적인 면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광고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실제 사회에서는 자살사고를 가진 우울증 환자들을 모아 상담세미나를 개최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Gamblers Anonymous, Alcoholics Anonymous 와 같이 Depressive Anonymous와 같은 그룹세션이 좀 더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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