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23, 2011

부끄러움을 아는 사회/공존과 평화

신영복 교수의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을 읽으면서 느끼는 바를 적어보겠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두 구절이 현재 나의 생각과 일치한다.


1.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자왈 도지이정 제지이형 민면이무치
     도지이덕 제지이례, 유치차격)


덕치주의로 유명한 구절이다. 행정명령으로 백성을 이끌어가려고 하거나 형벌로써 질서를 바로 세운다고 한다면 백성들은 그러한 규제를 간섭과 외압으로 인식하고 진심으로 따르지 않으며, 오히려 부정을 저지르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그래왔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주는 구절이라고 생각된다. 과속했다가 교통딱지 날라오면 '운이 없어서 걸렸다'는 말을 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가까이서부터는 컨닝사건 때와 같이 안걸렸어야 했는데 걸렸다고 한탄하는 것부터, 크게보면 정치인들이 뇌물수수나 후원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다가 검찰조사를 받는 것까지 만연하게 사회에 퍼져 있다. 그리고는 법망을 교묘히 이용해 빠져나가거나, 아니면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하여 금고형을 받지 않고 나온다든지 하는 행태를 보인다.

뭐 인면수심의 연쇄살인자가 법정에서 뉘우치지 않는다는 것은 논외로 할 수 있다. 정말로 정신이상자일 수 있으니까. 그러나 white collar 범죄에서는 이러한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태는 사람들을 역겹게 한다. 사학재단의 비리, 횡령, 재벌의 공정거래 위반, 소액주주를 피눈물 흘리게 하는 코스닥에서 주가조작하는 일당들(몇몇 연예인들 잘 활동하고 있다지..) 그 외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을 보면서 전부 모두 다 똑같은 놈들이야, 이렇게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저사람이 한거에 비하면야 하는 것이다.

신영복 교수가 책에서 인용하는 사카구치 안고의 타락론(墮落論)에 따르면 사회적 위기의 지표로 '집단적 타락 증후군'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범죄자라는 만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첫째요, 타인의 부정과 추락에 대해(특히 사회 유명인) 오히려 쾌감을 느껴 자신의 부정을 합리화하는 분위기가 둘째라고 한다. 우리사회가 집단적 타락 증후군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보너스는 유명한 짤방 겸 비디오




2. 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자왈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고 하지 않으며,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며 공존하지 못한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온 구절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문학원 다니면서 명심보감, 논어, 맹자 이런것들을 읽었던 시절도 떠오르고. 참 재밌게 다녔었던 것 같다. 피아노는 치기 싫어했는데, 수학하고 한문은 자발적으로 하고 싶어했었다.

이 구절은 내가 볼 때 평생토록 마음에 두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원래 해석대로면 '화'를 화목하다고 해야 하지만, 춘추전국시대 당시의 상황으로 보자면 다양성(diversity)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맞다고 한다. 지금처럼 민주주의의 시대가 아니었던 당시 공자가 어떻게 다양성을 풀어서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타인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아래에서 공존하도록 노력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인터넷을 좀 하다보면 '수꼴', '좌좀' , '홍어' , '고담'과 같이 원색적인 지역비난이나 이데올로기를 풍자하는 단어들을 마주치게 된다. 디시 야갤, 정사갤 놈들이 주도하는게 전 포털 사이트로 퍼졌고, 알바도 출몰하는 것 같다.

지역주의는 어느 나라를 가나 있고, 외국 예능 프로를 가끔 보면 재미를 위해 약간의 지역 비하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도를 넘은 상태라고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90년대 초까지 군사정권 시절이었고 (노태우 포함해서) 다양성이 인정이 되지 않았으며 지역차별도 심했기에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70, 80년대만 해도 KS line(경기고-서울대 라인)이 득세했으며 삼성에서는 공공연히 호남인들의 취업문을 막았다 (삼촌이 취업할 때 삼성은 일단 배제했다고 할 정도). 지역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 비난하고, 몇몇 개념없는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조차 대놓고 지역차별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된다.

수꼴, 좌좀도 마찬가지. 이 단어가 생기게 된 것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생략되고 한국 특유의 누구 목소리가 더 높나를 따졌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된다. 서로 비하하면서 넌 꼴통, 넌 좀비 이런식으로. 솔직히 두 진영의 주장을 보면 가끔 사실관계에 기초하지도 않고 자기가 믿는 것만이 진리라는 식으로 말을 내뱉는다. 길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소리지르는 놈들과 뭐가 다를까 싶다.

아무튼 나부터 좀 남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겠다. 적어도 小人이 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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