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y 29, 2011

무기력함

무기력하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그런가?
화창한 날씨에 도서관에 있어야 해서 그런가?
연애를 안해서 그런가?
진로문제로 고민하느라 그런가?
시험에 대한 조급함으로 인한 것인가?


슬럼프는 언제나 나를 찾아왔었다.
예전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1.중학교 2학년 가을

중2병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나도 그 당시 그런 기운에 사로잡혀 있었나보다.
어떠한 것에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당시 삶과 죽음의 철학에 대해 고민하고 눈물흘리고
인연의 덧없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인간관계의 허무함을 돌이켜보고
특별하게 친한 친구도 없었고 오히려 약간의 괴롭힘마저 당한 시절이었다.

시 주최 영어, 수학경시에서 상을 받았지만 학교성적은 곤두박칠쳤고,
공부가 싫어 오락실에서 철권에 탐닉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학교에서 교장선생님께 손가락질하다가 정학당할 뻔 했고
다행히 경시 상 때문인지 학교봉사시간 채우기로 때웠던 경험.
중2병의 흔한 증상이었다.

이런 슬럼프는 겨울방학부터 꽂힌 판타지소설로 극복이 되었다.
이걸 극복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적어도 계속 소설 빌려보니까
인생이 재밌어지더라.
중3때만 무려 400권을 빌려봤으니.. 대여점 주인과도 친해졌고.
이때 들인 판타지소설 읽기 습관이 무려 고2까지 이어졌고,
덕분에 좋은 고등학교 친구 4명이 생겼으니 전화위복인 셈이다.



 #2. 고등학교 2학년 가을

앞에서 아버지의 편지에서 소개된 그 시절이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성적에 대해 고민하고,
이유없이 반항하고,
일은 잘 안풀리고 그런 시절이었다.

학원에서는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다니는데,
학원에서는 같은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어울리는데 나만 따로 수업 듣고,
학교에서는 친구들하고 잘 놀았지만 어딘가 허전한 부분이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길들여져 온 혼자 다니는 습관이 견고해지는 시기였다.

그래도 이 때는 같은 반 얘들끼리 끈끈한게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처음으로 학교 학생회에 참석했는데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1학년 때부터 계속 임원이었던 아이들의 연속성을 그 당시의 나로선
버텨내기 어려웠었다. 물론 내가 잘 어울리지 못한 탓이 제일 크겠지만.
고등학교 특성상 같은 지역의 중학교 때부터 알던 아이들이라
중3 말에 전학온 나로서는 다른 아이들을
다양하게 알지 못했던 점도 있었던 것 같다.


#3. 고등학교 3학년 가을 / 반수 가을

대학 수시전형을 쓰지 않기로 결정하고 수능에 올인했던 때였다.
9월 모의 끝나고 갑자기 흉통이 생기면서 근육이 뭉치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통증이 1달 이상 지속되면서 수능 한달 앞두고 고생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스트레스로 인한 muscle spasm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그 당시는 호흡만 하면 아플 정도였으니.

반수 준비하면서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졌다.
고3때와 마찬가지로 어쩜 이렇게 시기가 겹치는지.
10월때 다시 한번 전과 같은 흉통이 15여일간 지속되었다.
반수 실패 후 다시 학교 돌아가면 어쩌지 하는 생각만 계속들고
모의고사는 계속 원하는 대학은 힘들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이 때는 슬럼프를 그냥 머리를 놓아버림으로써 해결했었던 것 같다.
뭐 실패하면 어때? 이런 생각으로.
시험 전날에도 인터넷 하면서 놀고.
마음이 더 편안해 졌었던 것 같다.


#4.본2 여름

종양학-혈액학-내분비학으로 이어지는 블럭코스였다.
종양학때는 공부하기 싫은 정도였는데 내분비학 때는 심신이 피로했는지
될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그 당시 내가 알고 있던 것은 당뇨병이 전부?
산부인과 쪽은 아예 시험당일에도 지식이 전무했고.
도서관에서는 계속 쓰러져있었고, 정말 힘들었었다.
내분비학 시험지 받아든 순간 전혀 모르겠다!! 이거였고
검은 글씨만 보이는 수준이었다.
본2 2학기 블럭도 힘들었고, 본3 연말준비도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
본과 생활의 위기를 꼽자면 난 주저없이 본2 6월을 들겠다.


P.S. 본3 연말고사

오히려 이때는 마음이 편안했었다. 시험 발리는 느낌을 즐겼고, 내과시험 1주일


공부시간 중 이틀은 미드보면서 놀았고, 소아과시험 5일 대비 중 하루는 놀고.
시험 하나하나 끝나는 재미가 있었다.
빡세게 몸이 굴러가는 느낌이 좋았었다.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학점은 초탈해서 그런지 허허 거리고.


슬럼프 극복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마음을 비우기.
due date가 정해지면 무조건 빨리 시작해서 끝장을 내야하는 성격인지라
조급함을 버리기는 어렵지만 결과에 대한 집착을 비우면 이것도 지나갈 것이다.
그래도 주어진 것 + alpha를 하도록 노력은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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