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소설은 '쑤퉁'이라고 하는 현대 중국문단에서 제법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의 대표적인 장편소설이다. 도서관에서 빌릴 때엔 '책 읽는 의사, 의사들의 책'으로 청년의사와 gsk(GlaxoSmithKline) 제약회사에서 도서관에 기증한 책이라는 마크가 붙여져 있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주인공은'우룽'이라는 천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며 배경은 '대홍기 쌀집'으로 펑 사장과 그의 딸인 쯔윈, 치윈 또한 소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이다.
간단한 줄거리를 말하자면, '우룽'은 기근이 든 고향을 버리고 도시로 오는데 '대홍기 쌀집'앞에서 구걸을 하다가 큰딸인 쯔윈의 눈에 들어 쌀집의 일꾼으로 일하게 된다. 쯔윈은 도시의 실세인 뤼대감의 정부였는데 대감의 심복인 아바오와고도 정을 통하게 된다. 그러다 임신을 하게 되는데 뤼대감은 아바오를 죽이고, 쯔윈을 내쫓는다. 펑 사장은 이미 소문이 나 버릴대로 나 버려 망가진 쯔윈을 '우룽'과 결혼시킨다. 쌀집의 불행은 그 때부터 시작되는데..
'우룽'은 쯔윈과의 혼인도 탐탁치 않을 뿐더러 펑 사장이 장사를 시키려 자기를 내보내고 은밀히 사람을 시켜 청부살인을 한 것을 알고, 쌀집을 움켜잡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펑 사장이 뇌졸중으로 죽고, 쯔윈은 아들을 낳아 뤼대감집으로 다시 불려가면서 사장의 둘째 딸인 치윈을 겁탈하고 강제혼인을 맺는다. 그 이후 아들딸을 낳고 도시의 검은권력의 실세가 되어 자기 멋대로 하고 다니고, 아들들도 괴팍하기 짝이 없어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는 내용이다.
줄거리를 쉽게 요약할 수 없는 것이, 각 캐릭터의 개성이 살아있을 뿐더러 시대상(청나라가 망할 때부터 일제강점기까지)과 맞물린 인간군상의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쉽사리 옮겨 적을 수 없어서이다. 실제로 책을 모티브로 한 영화에서 직접적인 성애 묘사를 담았다는 이유로 중국 본토에서는 7년 간 상영금지처분을 받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소설은 쌀에 대한 인간의 집념을 보여주며, 주인공의 절망과 주위 사람들의 슬픔, 분노, 원망 등을 생동감있게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전반부를 차지하는 '우룽'과 두 자매의 이야기는 '우룽'이라는 인간의 괴팍함과 절망, 분노가 쯔윈의 화냥짓으로 서로 대적하는 양상을 띠는 반면, 우룽이 치윈과 결혼한 후의 소설 후반부에서는 일제강점기의 시대에 어울리는 모든 인간상이 좌절, 체념, 분노, 절망 등의 음습하고 괴기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읽다가 조금 무서워졌다. 본성을 이렇게 추악하게 드러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하였고, 기와가 하나둘씩 빠지는 기와집처럼 무너지는 가정을 생생히, 그것도 가족 구성원들 전부의 삶이 절망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주어 착찹한 마음마저 들었다. 주인공이 '우룽'이 아니라 치윈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는 등장인물 중 흔들림없이 구심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책은 출간 당시 '성악설'의 화두를 던졌다고 한다. '우룽'이 악함을 가지고 태어나 환경에 의해 개선되지 않아 한평생 악을 몰고 다녔는지는 모를 일이다. 소설에서는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지 않으니까. 처음부터 사람은 악함을 가지고 태어날까. 아무도 모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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